[테슬라 기록 #4] 춘천 길은 FSD에게, 출퇴근은 나에게: HW3 모델Y v14 Lite 한 달

HW3 모델Y에 FSD v14 Lite가 온 지 한 달. 고속도로·장거리는 맡기고 시내·출퇴근은 직접 한다. 연석 쪽으로 붙던 순간까지.

HW3 모델Y 화면에 뜬 FSD v14 Lite 주행 시각화 v14 Lite가 HW3 화면에 그려낸 도로. 석 달을 기다린 풍경이다.

Direct Answer & TL;DR

  • 2022년식 HW3 모델Y에 FSD(감독형) v14 Lite가 8월 8일 들어왔다. 5월 초에 결제하고 3개월을 기다렸다.
  • 한 달 동안 몰아본 결론: 고속도로와 초행길은 맡기고, 출퇴근길은 내가 몬다. 춘천 가는 길은 내비를 안 봐도 될 만큼 편했다.
  • 앱 통계로는 8월 8일부터 9월 26일까지 달린 2,529km 중 1,308km(52%)를 FSD가 몰았다. 가장 길게 맡긴 구간은 춘천 가는 길 109.4km였다.
  • 그래도 감독형이다. 시내에서 직진하던 끝 차로에서 차가 연석 쪽으로 붙으려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더 주의해서 지켜본다.

“정말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거야?”

아이들이 물었다. 차가 혼자 간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1월에 살까 말까 고민했고, 5월에 끝내 결제했다. 그 글 끝에 이렇게 적었다. “꽉 막힌 출퇴근길을 구원해 줄까?”

한 달을 몰아보니 답이 나왔다. 구원받은 건 출퇴근길이 아니었다.

목차

6월 말이라더니, 8월 8일

기다린 시간을 날짜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날짜무슨 일
1월FSD 일시불 종료 소식. HW3 오너로서 고민 시작
4월테슬라 1분기 어닝콜. “HW3는 무인 FSD 불가, v14 Lite는 6월 말”
5월 초EAP에서 FSD로 업그레이드 결제(452만 원)
6월 29일머스크, HW3(AI3) 차량 배포 시작을 X에 알림
7월 10일테슬라코리아, 국내 순차 배포 시작
8월 8일내 차에 도착

Tesla FSD v14 Lite is rolling out to customers with our AI3 hardware

— Elon Musk (@elonmusk), 2026년 6월 29일

국내 배포 대상은 미국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 중 HW3를 달고 FSD가 활성화된 차다. 내 차는 프리몬트산이라 조건에 맞았다. 순차 배포라 한 달을 더 기다렸을 뿐이다.

어닝콜의 ‘6월 말’은 미국 이야기였다.

차량 화면에 뜬 FSD v14 Lite 릴리스 노트 “HW4 V14에서 개선된 성능을 HW3에도 적용.” 이 한 줄을 석 달 기다렸다.

릴리스 노트의 첫 줄이 이 업데이트의 정체를 설명한다. HW4의 v14가 학습한 주행 방식을 HW3가 배울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강화 학습(RL)과 오프라인 모델을 썼다고 적혀 있다. 그 아래로 내비게이션 처리, 차선 합류·분기, 보행자 대응 향상이 이어진다.

모드는 넷, 나는 스탠다드

주행 스타일은 네 가지다. 나무늘보, 컴포트, 스탠다드, 신속.

공식 릴리스 노트로는 이 프로필이 속도와 차선 선택을 함께 정한다. 운전자 프로필, 제한속도, 주변 교통을 섞어 속도를 고르고, 나무늘보는 컴포트보다 더 느리고 차선도 더 보수적으로 고른다. 내가 몰아본 느낌은 조금 달랐다. 속도보다 차선을 얼마나 자주 바꾸느냐가 먼저 체감된다.

나는 보통 스탠다드로 둔다. 이 모드에서 차는 2차로를 주로 타고 움직인다. 더 빠른 차선으로 가기 위해서다.

춘천 가는 길, 내비를 보지 않았다

강원도는 자주 간다. 춘천도 그중 하나다. 고속도로에서 v14 Lite는 너무 잘한다.

교통 흐름에 맞춰 차로를 고르고, 내비 경로대로 알아서 진입하고 진출한다. 나는 내비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확 줄었다.

수도권 집에서 춘천까지 가던 날, 내가 운전대를 잡은 건 집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뿐이었다. 그다음부터 춘천 목적지까지는 FSD가 전부 몰았다. 앱에 남은 최장 연속 기록 109.4km가 그날이다.

운전기사가 생긴 것 같았다. 너무 좋았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차로를 미리미리 옮기지 않는다. 진출입로에 다 와서, 200~300m 앞에서야 차로를 바꾼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장거리 운전이 즐거워졌다. 가끔은 졸릴 만큼.

운전은 차가 하고 나는 감독만 하니 때로는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감독형이라는 말은 결국 내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내에서는 차도 고민한다

시내를 38km/h로 지나던 중이었다. 화면 가득 색종이가 흩날리더니 가운데에 메시지가 떴다. 100 km, 연속 기록 달성. 오른쪽 위에는 지금 모드인 스탠다드와 함께 “100.0 km 연속 기록"이 찍혀 있었다. 내가 끼어들지 않고 FSD가 이어서 달린 거리를 세는 것 같다.

운전은 차가 했는데, 축하 화면은 내가 봤다.

일반 도로도 운전을 잘한다. 다만 시내는 고속도로보다 상황이 복잡한 모양이다.

가끔 깜박이를 켜 놓고 머뭇거린다. 핸들을 꺾을까 말까, 차가 고민하는 게 보인다.

김포에서 돌아오던 길, 연석 쪽으로

그날은 김포 선산에 성묘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가족이 함께 탔다.

나는 맨 끝 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빠질 길이 없었다. 그냥 직진만 하면 되는 구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깜박이가 켜졌다. 차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쪽에는 연석밖에 없었다.

얼른 FSD를 끄고 핸들을 잡았다. 아찔했다.

초기 버전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날 이후로는 더 주의를 기울인다. 테슬라코리아도 배포 공지에서 같은 말을 했다. 모든 장애물과 도로 상황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니,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유지하고 즉시 차를 제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출퇴근길은 내가 더 시원시원하다

5월 글에서 가장 기대한 게 출퇴근길이었다. 막상 한 달을 달려보니 출퇴근은 내가 모는 편이 낫다. 매일 다니는 길은 내가 더 잘 안다. 그 길에서는 FSD보다 내 운전이 시원시원하다. 그래도 가끔은 출퇴근길도 FSD에 맡긴다.

테슬라 앱의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통계 화면 8월 8일부터 9월 26일까지. 2,529km 중 1,308km는 FSD가 달렸다.

테슬라 앱의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통계를 열어 보면 절반이 조금 넘는다. 자주 다니는 길은 내가, 멀고 낯선 길은 FSD가 맡다 보니 딱 반씩 나눠 몬 셈이다.

반대로 처음 가는 길에서는 FSD가 빛난다. 한 달 동안 몰아본 결과를 상황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상황한 달 체감내 선택
고속도로·장거리흐름에 맞춰 차로 선택, 진출입도 스스로. 차로 변경은 200~300m 앞에서 늦게FSD에 맡긴다
초행길내비를 안 봐도 되니 편하다FSD에 맡긴다
시내 일반도로잘 달리지만 가끔 깜박이 켜고 머뭇거림. 연석 쪽으로 붙은 적 한 번더 주의해서 감독한다
출퇴근길길을 아는 내가 더 시원시원하다주로 직접 운전한다. 가끔은 맡긴다

HW3에서 이만큼 도는 게 놀랍다, 그래도

v14 Lite는 이름 그대로 가벼운 버전이다. HW4와 무엇이 다른지 공식 발표와 전문 매체 자료로 정리했다.

항목HW3 (내 차)HW4 (AI4)
카메라 해상도1.2MP5MP
메모리 대역폭HW4의 약 1/8기준
FSD 버전v14 Lite (HW4 v14의 주행 방식을 학습)v14
무인(Unsupervised) FSD불가 (1분기 어닝콜에서 공식 인정)테슬라의 목표
국내 배포 조건미국산 모델3·Y + FSD 활성—

카메라 화소는 네 배가 넘게 차이 나고, 병목으로 꼽힌 메모리 대역폭은 여덟 배 차이다. 이 조건에서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고 진출입까지 해내는 게 솔직히 놀랍다.

1월에 나는 머스크의 약속에 걸었다. HW3로 부족하면 하드웨어를 바꿔주겠다는 약속이었다. 4월 어닝콜에서 테슬라는 HW3로 FSD를 산 사람에게 두 가지 길을 내놨다. AI4 차량으로 할인 트레이드인을 하거나, 컴퓨터와 카메라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다. 다만 가격과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바람은 단순하다. 업데이트가 조금 더 쌓여서, 연석 쪽으로 붙지 않는 FSD를 이 차에서 타고 싶다.

“정말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거야?”

한 달을 달려본 지금, 아이들에게 해줄 답은 반쯤 ‘응’이다. 숫자로도 52%다. 춘천 가는 길은 차가 알아서 갔고, 김포에서 돌아오던 길은 내가 핸들을 잡아야 했다.

우리 집에 운전기사가 생겼다. 다만 가끔 연석 쪽으로 붙는 기사라, 나는 여전히 운전석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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